서평(BookReview

중고등독서논술: '서구화된 기록으로 무장한 내 사고방식 깨트리기', 하와이 원주민의 딸 (하우나니-카이 트라스크)

olivi 2021. 4. 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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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원주민의 딸

저자 하우나니 카이 트라스크, 주강현

출판 서해문집

발매 2017.06.10.

 

 

 

'알로하, 훌라춤'으로 대표되는 전통 이미지와 '럭셔리한 명품이 즐비하고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놀러가는 비싼 휴양지'라는 세련된 이미지. 하와이에 대한 우리의 단상은 이렇게 잡혀있을 것이다.

 

구독중인 팟빵 '직책(직장인의 책읽기)'에서 접하고 읽게 된 이 책은 '하와이의 독립과 주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구 상의 모든 나라가 전쟁의 역사를 거쳐왔다. 국지적으로 보나 세계적으로 보나. 그러다보니 정복하고자 하는 자와 정복당한 자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다. 아름답고 값비싸 보이기만 한 하와이에도 그런 역사가 있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미국에게 정복당한 나라로서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중국의 소수 민족처럼 그들 역시 독립을 위한 투쟁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무관심했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예전에 하와이에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강제 이주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그때 하와이가 아름답기만 한 나라가 아님을 살짝 알게 되었는데, 이 책으로 하와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내 세상의 프리즘이 넓어갈 수록

그 안의 모든 것은 바라만 보기에도 애틋하고 애달파진다."

-올리비-

 

 

 

(책읽기 힘드신 분은 팟빵으로 '직책'을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www.podbbang.com/ch/1448 

 

직장인의 책읽기, 직책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합니다.지속가능한 독서토론 모임을 위해 쉽게 읽히면서도 좋은 이야기 주제가 되는 책으로 선정합니다. http://www.podbbang.com/14483 http://www.instagram.com/keenestbooktalk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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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하와이 원주민의 딸 검색

 


 

[작가 소개]

작가 하우나니-케이 트라스트(Haunani-Kay Trask)는 하와이 민족주의자, 교육자 정치 과학자, 작가 및 마노아에 있는 하와이 대학의 명예 교수이다.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서 3개국에서 9개의 상을 수상(Act of War: 하와이의 전복)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2017년 3월 Hawaiʻi Magazine에서 하와이 역사상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이 책은 1980년대 말에서1990년대 초 사이에 그녀가 저널과 단행본에 쓴 글을 1993년에 모아 펴낸 것으로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것은 2017년이다.

 

 

[정복당하는 하와이]

하와이가 서양인에 의해 알려지게 된 것(서양은 이를 '발견'이라고 하지만)은 1778년 제임스 쿡 선장이 하와이에 도착하면서 였다. 이 때 하와이는 정부 통치 형태, 문화적 관습, 토지, 물 뿐 아니라 다양한 전염병에 취약해 목숨까지 빼앗겨 버린다. 그리하여 쿡선장이 온지 백년이 안돼 원주민이 겨우 4만 명 이하로 줄어들게 되고, 1893년 원주민 정부는 전복되고, 1898년 미국에 의해 강제합병된다. 단 한번의 무력 진압만 있었던 하와이의 전복을 미국 자체적으론 성공적인 제국주의화의 표본으로 꼽는다는 데, 전염병 앞에 이미 90%이상의 인구가 죽어갔고 미국 최고의 군사기지가 태평양 바다 앞에 있는 데 무력해지지 않을 사람이 누가있을까.

 

 

[생각해 볼 거리]

진정한 하와이 문화와 하와이안의 사고방식의 재발견을 통해 '기록의 힘'과 '부끄러움 그리고 희망'에 대해 생해보았다.

하와이 정복 과정 중 초기에 들어온 선교사이자 사업가인 사람들이 원주민은 '영아살인'을 일삼고, '음란한 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훌라는 섹시한 춤으로 알려져 있으나 '구술문화권'인 하와이에서 훌라는 의사소통수단이었고,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하카춤이 무서움을 자아내는 것 처럼 보다 다양하고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미국이 관광산업화하면서 '섹시'한 부분만 떼어 그 부분도 기운 찬 에로스가 아닌 음란한 춤으로 변질화하여 소개했다. 이는 원주민 여성의 매매춘, 성상품화 관광산업과 연결된다.

자유연예를 지향하는 원주민의 모습은 당시 보수적인 선교사 입장에서 하와이안의 개방적인 연예관을 문란하다고 보아왔으나, 하와이의 '사생아'를 어머니인 '대지의 아이'라고 보고 공동육아를 하는 생활 방식은 현사회에서조차 보고 배워야 할 만 하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사랑을 의미하는 게 아닌 모든 사랑을 통합한 아가페적 의미에서의 사랑과 관대함을 의미한다.

 

 

그들의 여러 문화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특히 '말라마 아이나'(=알로하 아이나, 대지를 사랑하라)나 '마나'(대지와 민중을 믿고 그들의 안녕을 위한 정치적 지도자의 필수 영적, 공감적 힘)처럼 그들의 언어를 살펴보면, 그들이 자연을 그들의 부모로 여기며 자연의 영적 힘을 믿는 자연일체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녀의 말을 통해 '기록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원주민은 영아살인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없는데 선교사들의 말이 후세에 미국 역사학자에 의해 기록되고, 버젓이 사실인 양 하와이 원주민의 우매한 역사로 가르치고 있다고 분노한다.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첫째, 나는 얼마나 비열한 조상의 자손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부끄러워졌다. 나는 독립운동, 이념적 통합운동, 민주화운동 등을 무시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아 생업만을 바라본 부끄러운 조상의 부끄러운 후손이다. 둘째, 얼마나 우리는 '사실', '증거'라는 말로 가려진 편파적인 사실을 객관적인 사실인양 받아들여 왔을까. 특히 이것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의 사고방식마저 미국화, 서구화되어 버렸다는 점이 개탄스럽다.

서양과 접촉하기 이전 하와이에는 땅에 대한 개인적 소유권의 개념이 없었다. 대지는 하늘과 바다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공유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왕의 개념도 없었다. 유럽적 시각에서 봉건적이라는 용어가 고대 하와이를 칭하는 말로 붙여지고 봉건주의는 타파되어야할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우리의 조선이 일본이라는 제국주의 앞에 무너짐을 배웠을 때 고종은 봉건주의를 고수한, 신문물 신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 왕이라 평했던 것이 생각난다. 물론 전통을 고수하려했다는 점도 배웠으나 이미 서구화된 내 사고체계에서 나는 그것은 고종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그 당시 서구 열강에 의해 그 세계가 정의되었듯 지금도 힘있는 자들의 의해 이 세계가 정의된다.

 

"기 구축된 세계 질서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나만의 세계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자본주의 세상에 빠져 돈만 추구하지 말고, 나만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나만의 가치를 진주로 만들어야 한다."

-올리비-

 

 

(※ 당신의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당신의 세상 질서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 생각해 보자. )

 

 

혹자는 나를 현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실패자의 '자기구조(救助, rescue)적 몸부림'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는 흔히 인문학자를 두고 말하듯 현실을 바라보지 못한 '탁상공론자'나 '공상가'라고 볼지 모른다.

그러나 인생의 답이 하나 일수 없듯 세상도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글로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듯하다.

 

 


 

[같이 보면 좋을 자료]

 

1) 조승연의 탐구생활: '세계 각 나라의 독립과정을 담은 영화 TOP5' (중고등)

www.youtube.com/watch?v=lnz2PUhMRAI

우리나라의 독립과정은 역사수업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독립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독립과정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며 역사의 흐름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영화 애니메이션 '모아나' (초중고)

모아나

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출연 드웨인 존슨, 알란 터딕, 아우이 크라발호, 저메인 클레멘트, 니콜 셰르징거, 테무에라 모리슨, 레이첼 하우스

개봉 2017. 01. 12.

 

하와이 원주민의 자연에 대한 그들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본인의 정체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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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모르겠는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가.

 

"빨간맛~ 궁금해, 허니~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고!"

 

이것저것 선입견을 배제하고 읽어보자.

두루두루 읽어보아야

내가 좋아하는 맛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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