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GrowthDiary

독한 습관, 김영하 '왜 사람은 소설을 읽는가'

olivi 2021. 2. 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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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유튜브 메인에 '알뜰신잡' 영상이 떠 있었다. 남편이 주말에 알뜰신잡 영상을 몇 개 봤나보다. 오랜만에 나도 관심있는 몇 편을 다시 보게 됐다. 그러다 김영하 작가의 <독한 습관>이라는 강연 영상을 보게됐다. 읽는 습관, 독서에 대한 독서가에 대한 열렬한 사모의 마음이 있으니 나의 선택은 자연스러웠다. 실은 이 강연의 부재 '책을 읽는 이유'가 마음에 콕 들어왔다. 며칠 전 남편과 산책을 하다 독서에 관심이 많은 내게 남편이 던진 질문과 비슷해서였다.

 

'소설을 왜 읽는가'

 

 

대학생 때 어떤 교수님께서 소설을 읽는 이유가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말씀하신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조금더 생각해 보고 말해주겠다고 답을 미뤄놓은 상태였으니 '오예~' 마음 속 쾌재를 부르며 간절히 답을 찾는 마음으로 재생할 수밖에..

 

https://www.youtube.com/watch?v=1G5S2dtKBIY

 

내가 본 영상은 2017년에 올려진 것이나 찾아보니 2013년에 올라온 영상도 있었다. 적어도 김영하 작가님께서 2013년이나 그 이전에 강연하신 영상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은 생각이 변하셨을 수도, 첨삭하고 싶으신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이 말씀해 주신,

[ 소설을 읽는 이유 ]

 

 

소설은 실패도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별나고 특이한 듯 보이지만 평범하고 때로는 우리보다 못나 보이기도 한다. 소설은 실패의 기록이다. 독자는 그런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을 보며 우리의 삶도 미학적으로 아름다워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님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럼 소설은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궁극의 목적은아니다. 성공은 좋고 부러운 것, 실패는 안좋고 불쌍한 것이라고 하는 이분법적인 틀에서 벗어나 실패 안에 슬픔만이 아니라 도전과 성숙 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쁨이라는 의미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즉, 실패라는 단어의 의미확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성공 또한 그렇다고 본다)

그렇다. 작가님은 소설은 우리 인생의 내러티브가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하셨다. 성공한 듯 보이는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성공'이라는 단어 하나로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인생은 충분히 그러한 이상한 곳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예전에 '기쁨과 슬픔의 일원화'라는 주제로 소논문을 쓴 적이 있다. 또 한때는 '행복 총량의 법칙(The law of amount of happiness)'에 꽂혀 주위 사람들에게 설파를 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나는 항상 슬픔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기쁨을 느끼기 보다 갖지 못한 것을 갈구했고 휴식을 취한 것 같았으나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취하지 못했다. 이 겉보기에만 평화로운 내 삶도 언젠가 바위에 부딪쳐 포말이 되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의 겉과 속이 함께 괴로운 게 나라는 인간에게 나은건가 생각해본다. 괴리에서 벗어나 실컷 괴로워하고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으니.. 이 삶도 저 삶도 누가 보면 한심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일면식도 없는 고리타분한 영감탱이는 철없는 생각이라 핀잔하기도 했으니. 누구를 탓하랴. 내 자신이 회의적인 사람인것을.

 

어제 애니메이션 소울(Soul)을 봤다. 주인공 조 가드너가 꿈에 그린 무대에서 인정받는 재즈피아니스트로 황홀한 연주를 마치고 바를 나와 같은 팀의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와 대화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조: "내일은 무엇을 하죠?(What happens next?)"

도로디어: "내일 밤 와서 모든 걸 다시하면 돼(You come back tommow night, do it all again)."

- 애니메이션 소울(Soul)-

 

본인의 전체 인생에서 그 순간만을 기다려온 조는 다름 느낌이 들거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하물며 자신의 인생의 목적이 이것이다고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도 꿈을 이룬 후 저 허망함을 맛본다. 남부러운 취업만 되면 좋겠다고 그 뒤의 내 인생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달려왔는데. 이제 또 다른 인생의 그림을 그려야한다. 그리다 지우고 그리다 지우고. 스케치는 끝낼 수 있을 것인가. 내 인생 무지갯빛 물감으로 드리워질 날은 언제오려나 생각했는데 무지개가 떠도 허무하다 말하네. 무지갯빛 인생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네.. 그리다 지우고 그리다 지우고 하얀 스케치북 위 종이 때가 일어도 그것도 삶의 흔적이라 보듬어 줄 수 있는 성숙한 내가 되길 바란다. 그만 회의감에서 벗어나와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고 몰입도 높은 삶을 살아가기를. 그리고 그런 내 삶을 사랑하기를.

 

 

소설은 이렇게 묵묵히 나와 함께 걸어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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