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평소 자주 울리지 않은 현관문 벨이 울렸다. ‘누구지? 오늘은 약속이 없는 날인데...’ J가 부랴부랴 옷을 입다가 멈칫, 거치던 카디건을 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문 앞에 나서려니 영어울렁증이 도지는 건지, 귀찮은 건지 그녀는 ‘사람 없는 척을 하기’로 했다. 지그시 슬리퍼 앞코부터 발을 내디디자 할 수 없이 끌려간다는 듯 그녀의 몸이 앞으로 뒤따랐다. “띵동~” 다시 한번 벨이 울렸다. 그 순간, J는 걷던 걸음도 허공을 휘젓던 손도 들이키던 숨도 멈췄다. 갑자기 ‘윙~’ 냉장고 냉각기 돌아가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멈췄던 들숨을 몰아쉬고 문 넘어 서 있을 컨시어지를 투시하듯 노려보았다. 안쪽에 위치한 그녀의 집에서 엘리베이터까지는 빨라도 10초. 그녀는 속으로 10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