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Writing

<나를 만드는 노래, 나를 만드는 글쓰기>(feat.시나리오)

olivi 2021. 8. 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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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파트 내부 1/ 저녁 8시

 

화면이 밝아지면서 일반 가정집에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거실을 서성이며 잠들 듯 말 듯 잠투정을 하는 아기의 등을 토닥인다.

 

(엄마)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내레이션) 엄마의 자장가 소리를 들은 아기는 편안해집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금의 나이가 되기까지 대중음악, 가곡, 클래식, 민요, 국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며 자랍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엄마가 불러주고 들려주는 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2. 00 초등학교 앞/ 오후 4시

 

수업이 끝나자 학교종이 울리고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교문을 나온다. 학생들의 왁자지껄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중 여자 초등학생 한 무리가 교문 모퉁이를 지나며 노래를 부른다.

 

(여자 초등학생 1, 2, 3) (같이) “이명이 끝나면 비명이 들릴 테니까~”

 

(내레이션) 초등학생들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를 곧잘 따라합니다. 무슨 뜻인지는 알고 따라 부르는 걸까요?

어렸을 때를 기억해 보면 우리도 그랬습니다. 노래를 한두 번 들으며 가사를 외워버렸죠. 다른 공부도 그렇게 음표를 붙여 외웠다면 우리는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갔을 겁니다.

 

 

#3. 아파트 내부 2/ 오전 11시

 

4살 아이가 엄마 앞에서 꼼지락 꼼지락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엄마도 박수를 치며 같이 노래 부른다.

 

(아이, 엄마)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귀여운, 뚜루루 뚜루. 바닷 속, 뚜루루 뚜루. 아이상어.”

 

 

#4. 부둣가/ 오후 6시

 

노을은 수평선에 걸려있다. 여중생쯤 되어 보이는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볏짚 모자를 쓰고 나란히 부둣가에 걸터앉아있다. 모녀는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모녀) “Your every picture 내 머리맡에 두고 싶어 oh bae ~

Come be my teacher 네 모든 걸 다 가르쳐줘 Your 1, your 2”

 

갑자기 딸은 일어나 춤을 추며 노래한다.

 

(딸) “Listen my my baby”

 

엄마도 따라 일어나 발을 구르며 함께 노래 부른다.

 

(모녀) “나는 저 하늘을 높이 날고 있어~”

 

(내레이션)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해 온 노래를 떠올려보면 그 곳에는 항상 ‘엄마’가 있습니다.

 

 

#5. J 집 아파트/오후 4시

 

삼십대 중반의 J가 그녀의 어린 시절 사진첩을 그윽하게 바라본다. 카메라는 내레이션에 따라 하나하나의 사진에 시선을 둔다.

(사진) 젊을 때의 J의 엄마 -> 《흘러간 노래 대백과》 책 -> 노래를 부르는 모녀 -> 노래를 부르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J

(내레이션) 저희 엄마는 가곡과 대중가요를 좋아하셨습니다. 저희 집에는 파란색 표지의 《흘러간 노래 대백과》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그 노래책을 보며 엄마랑 노래를 즐겨 불렀지요. 양희은, 이선희, 김광석님 등의 노래였습니다. 집에서는 가요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린 저의 동그란 눈에는 대중가요를 부르는 엄마의 얼굴과 목소리가 서리처럼 남아 있습니다.

 

(사진) 들판에서 달래를 캐는 모녀 -> 바닷가 바위에서 고둥을 따는 모녀

(내레이션) 밖에서는 주로 가곡을 불렀습니다. 들판에서 달래를 캐면서 바다에서 고둥을 따면서 초등학생의 음악책에 나와 있는 가곡들을 노동요로 불렀습니다. 그때는 왜 그리 슬픈 가곡이 많았을까요? 밝은 노래는 왜 없었겠습니까? 섬에서 나고 자란 저는 어린 마음에 동질감을 느꼈던 것인지 《등대지기》, 《바위섬》, 《바닷가에서》, 《섬집 아이》 등과 같이 바다 관련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하나같이 모두 슬픈 노래였습니다. 엄마의 화음에도 물이 맺혀있었습니다.

 

(사진) 쓸쓸히 가곡을 부르고 있는 10대 그녀 –> 쓸쓸히 가곡을 부르고 있는 30대 그녀

(내레이션) 짧고 슬퍼서 더 강렬한 그 가곡들을 저는 초등학생 때 자주 흥얼거렸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1년 간 MBC 합창단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거기에서 배운 많은 창작곡 중에도 하나같이 슬픈 몇 노래만 머릿속에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마음이 울적해지면 그 때의 그 가곡을 불렀습니다.

 

 

#6. J 집 아파트/오전 10시

햇살 맑은 토요일, 거실 테이블 위에는 휴지 뭉텅이들과 빈 맥주 캔 두 개가 나뒹굴고 있다. 소파, 거실매트 그리고 흔들의자 위에 쿠션들이 널브러져 있고 부엌 설거지통에는 얼룩덜룩한 그릇들이 쌓여있다.

 

(J의 남편) “청소하자. 내가 거실 쓸고 닦을 테니 너는 부엌 설거지하고 정리해.”

(J) “응.”

 

그녀는 설거지를 하다가 허밍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J) “으음~음음. 음 으~으으음~”

 

설거지는 다 끝나가고 노래는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자 그녀는 노래가사를 붙여 부른다.

 

(J) “왕자여, 슬퍼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렸어요. 꽃은 그 말 한 마디만 남기고 그만 시들어 버렸다네~”

 

고무장갑을 벗고 그녀가 뒤를 돌자 그녀의 남편과 눈이 마주친다.

 

(J의 남편) (고개를 가로 저으며) “역시 특이해.”

 

(내레이션) 가끔씩 허밍을 하다가 감정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부를 때가 있습니다. 쨍그랑, 의식을 깨보면 가곡을 부르고 있는 저와 마주하게 됩니다.

 

 

#7. J 집 아파트 /오후 5시

 

J가 창밖 잿빛 구름을 바라보며 가곡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녀의 뺨에 눈물이 흐른다.

 

(내레이션) 어느 날 가곡을 부르며 또르르, 눈물이 났습니다. 나는 왜 하고 많은 가요를 놔두고 가곡을 부르며 울고 있었을까요? 엄마가 나를 가지고 볼록한 배를 하고서 가곡을 부르며 슬피 우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어릴 때 듣고 불러온 수많은 슬픔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나봅니다.

 

 

#8. J 집 아파트 /오후 2시

갈색 책상 위에 책과 연습장이 제멋대로 쌓여있고, 노트북 모니터는 하얗게 질려있다. J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아 타닥타닥 새까만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내레이션) 내가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오늘도 글 속에 물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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