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BookReview

중고등독서논술: '(만화로 보는) 불사를 꿈꾼 영웅 길가메시'

olivi 2021. 6. 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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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기 힘든 중고등학생을 위한 '(만화로 보는) 불사를 꿈꾼 영웅 길가메시' 책을 찾았다. 당연 길가메시 서사시는 초등학생 대상의 이솝우화도 있고, 소설형식의 여러 번역본과 해석본이 있다. 길가메시를 주인공으로 한 마블 영화사의 『이터널스(eternals)』라는 히어로물이 작년에 제작됐는데 한국인 배우 마동석씨가 주인공 '길가메시' 역으로 캐스팅되어 한국인의 이목을 끌었다고 한다. 코로나19때문에 올해 11월로 개봉을 연기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길가메시가 누구인가'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찾아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기 전 '그린이의 말'을 읽어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사선으로 표현한 명암과 위트있는 표현능력에 빠져, 그의 노력에 빠져 글을 읽는 것인지, 그림을 감상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아버지 켄트H. 딕슨의 능력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짧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만화의 특성상 책을 덮고 나서 다른 형식의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터널스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안젤리나 졸리, 리차드 매든, 쿠마일 난지아니,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셀마 헤이엑, 마동석, 로런 리들로프, 리아 맥휴

개봉 미개봉

 

 

[작가 및 간략 책 소개]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의 합작물이다. 소설, 에세이, 시, 시나리오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글쓰기와 번역 활동 중인 아버지 켄트 H. 딕슨이 글을 썼고, 만화가인 아들 케빈 H. 딕슨이 그림을 그렸다. 위튼버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켄트 H. 딕슨은, 현존하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를 영어로 옮기기 위해 악카드어 상형문자를 직접 배우고, 기존 영어번역본 및 프랑스어 번역본 30종을 참고했다고 한다.(와우, 이 열정 멋있다.)

10년에 걸친 길가메시 서사시 프로젝트로 완성된 이 책은 해석본에 가까운 번역본이다. 총 12개 토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12번째 토판이 이야기 흐름과 연결되지 않아 지옥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고자 후세에 덧붙인 이야기라는 점을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번역본에서 12번째 토판은 빼는데 이 책에서는 꿈의 형식을 빌어 표현했다. 해석도 해석이지만 고증에 기반한 만화 그리기도 힘들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전투용 투구는 '스머프'의 모자에서 착안해 여러 문화 시대의 투구를 비교해 그렸고, 당시 사람과 풍경은 기념비와 사르곤 2세의 무덤에서 발굴한 유물을 참고해서 그렸다고 한다.

나체를 한 여성이 또 다른 남자 주인공 엔키두를 유혹하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있어 중고등학생들에게 읽혀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쳤으나 나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더 성(性)이 개방되어 있고, 더 구체적으로 야하게 쓰여진 위대한 소설도 많은데다 이 만화책의 위트있는 그림체에 그런 생각은 없어지고 만다.

 

※서사시: 이야기로 된 장시

 

 


만화로 보는 불사를 꿈꾼 영웅 길가메시

저자 켄트 H. 딕슨

출판 다른

발매 2019.08.30.

 

길가메시 서사시 토판10

 

 

[줄거리]

토판1. 정력이 넘치는 젊은 왕이자 반인반신인 길가메시는 신혼밤의 신부를 가로채 남편보다 먼저 신부를 범했고 남자들은 노역을 해야했다. 백성들의 한탄을 들은 신들이 길가메시를 창조한 아루루에게 불평한다. 그리하여 길가메시의 적수을 창조한다. 길가메시에 못지않게 혈기왕성한 대초원의 야만인 엔키두가 그이다. 여사제 샴하트가 엔키두와 일주일 동안 잠자리를 같이하며 그를 문명화한다. 그녀는 그를 왕이 있는 우르크로 데리고 온다.

 

토판2. 길가메시의 폭정 때문에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무시무시한 혈투를 벌인다. 간신히 길가메시가 이기고 그 뒤 둘은 곧장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토판3.명예를 위해 길가메시는 극구 말리는 엔키두와 함께 삼나무 숲의 괴물 훔바바를 찾아가 죽이기로 한다.

 

토판4. 훔바바의 본거지로 가는 길에 길조(길가메시의 꿈)와 흉조(엔키두 손의 마비)를 만난다.

 

토판5. 영웅들은 태양의 신 샤마쉬의 도움을 받아 괴물 훔바바를 물리친다. 그리고 훔바바의 흉측한 머리를 높이 들고서 뗏목을 타고 귀환한다.

 

토판6. 그런 모습을 본 여신 이쉬타르가 길가메시에게 청혼한다. 길가메시는 청혼을 거절하면서 이쉬타르에게 모욕을 준다. 이쉬타르는 복수를 하려고 천상의 황소를 끌고 온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황소를 쓰러뜨리지만 엔키두는 불길한 꿈을 꾼다.

 

토판7. 훔바바, 천상의 황소, 이쉬타르까지 그들은 선을 넘었기 때문에 신들은 '두 영웅 중 한 명은 죽어야만 한다'고 결정한다. 엔키두는 시름시름 앓다가 모든 것을 원망하며 저주를 퍼붓는다. 샤마쉬가 그런 엔키두를 꾸짓고 엔키두는 반성한다. 그러나 12일 동안 침대에 누워있던 엔키두는 죽음을 맞이한다.

 

토판8.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잃고서 엄청난 슬픔에 휩싸인다.

 

토판9. '엔키두가 죽을 걸 보면, 나도 죽을 운명이다'라는 생각에 길가메시는 죽음을 피한 유일한 사람, 우트나피쉬팀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사자 무리와 전갈 괴물 아크라부아멜루를 맞닥뜨린다. 그리고 샤마쉬의 동굴이라고 하는 어둠의 동굴을 2시간이 열두번 지나서야 통과한다.

 

토판10. 길가메시는 바다 끝자락에서 홀로 여인숙을 지키는 씨두리를 만난다. 그녀는 삶의 비밀이란 영생에 있지 않다고 돌아가라고 설득하지만 길가메시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씨두리는 길가메시에게 죽음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우트나피쉬팀의 뱃사공인 우르샤나비를 찾아가라고 한다. 길가메시는 실수로 바다를 건너기 위해 필요한 마법의 돌들을 부수고 말지만 우르샤나비의 지시를 따라 상앗대를 마련하고 마침내 바빌로니아의 노아, 우트나피쉬팀을 만난다.

 

토판11. 우트나피쉬팀을 대홍수와 자기가 살아남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대홍수를 일으킨 신은 살아남은 자가 있다는 사실에 짜증을 냈지만 다른 신들에게 밀려 어쩔 수 없이 그와 그의 아내에게 영생을 허락한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그럴 자격이 없다. 이를 확신시켜 주고자 우트나피쉬팀은 그에게 일주일 동아 잠을 자지 않고 버텨보라고 하지만 피곤한 길가메시는 바로 실패한다. 하지만 그들은 선물로 불로장생할 수 있는 수초의 위치를 알려준다. 길가메시는 그 수초를 손에 넣은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목욕을 하는 중에 뱀에 의해 불로초를 빼앗긴다. 결국 영생하는 것은 길가메시의 업적뿐이고, 길가메시와 우르샤나비는 우루크의 웅장한 성벽에 도달한다.

 

토판12. 마치 꿈을 꾸는 듯 엔키두가 나타나 지옥으로 떨어진 길가메시의 나무 공과 나무 막대기를 되찾아오겠다고 한다. 그러나 길가메시의 조언을 무시한 엔키두는 지옥에 갇히게 된다. 결국 길가메시는 신에게 엔키두를 구해달라고 빌고 엔키두의 유령은 돌아와 친구에게 지옥의 비밀을 알려준다.

 

 


[생각해 볼거리 1. 씨두리와 우트나피쉬팀의 말말말(言)]

이 서사시를 읽으며 생각해 볼 말들은 죽음의 바다 앞 여인숙을 지키는 여인 씨두리와 유일하게 영생하는 인간 우트나피쉬팀의 입에서 나온다.

 

씨두리는 '아무리 방황해도 영생에 대한 당신의 욕망은 채울 수 없다. 이에 대한 답은 배고픔에 있다. 이것을 돌보라. 배를 채우고 마음껏 즐기라. 우리는 죽지만 우리의 삶의 방식은 영원하다.'고 말한다.(p.142~143) =>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이다. 덧없는 것이라 치부했던 의, 식, 주가 인간 본연의 모습인 것을. 나는 무슨 고귀한 것을 찾아 헤매는지 모르겠다. 이쯤하면 그 precious가 오늘 아침에도 먹은 작은 빵 한조각이라고 받아들일 때도 되었는데.. 허무주의. 인간은 참 오만하지. 그 이상의 것이 있으리라 꿈꾸고. 그곳에 가 닿지 못하면 세상을 우울하게 살아가거나 함부로 목숨을 끊어버릴 생각이나 하고.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인생은 스피노자처럼 살아야한다. 나란 인간을 바로 알고 '현실'을 살아야 한다.  

 

우트나피쉬팀은 '영원한 것은 없다. 누구나 필멸의 지령을 받고 태어난다. 그러나 인간들은 아무도 죽음을 정면으로 보려고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p.154~156) => 생이 아름다운 것은 죽음이 있어서라고 말하지 않던가. 평생을 살 것처럼 하루 하루를 살지 말아야한다. 나는 한 평생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한 달 뒤에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면, 1년 뒤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삶의 목적과 방향을 고민해 보아야한다.

 

 

[생각해 볼거리 2. 기억에 남는 표현]

일주일동안 잠을 자지 말라는 우트나피쉬팀의 미션을 이루지 못한 길가메시가 우트나피쉬팀을 붙잡으며 하는 말

 

 

우트나피쉬팀, 머너먼 곳에 사는 자여. 
이제 나는 어쩌면 좋을까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제가 돌아보기도 전에 도둑이 제가 갈 길을 훔쳐버렸어요.
죽음이 내 침대 발치에 앉아있어요. 죽음이 나를 노려보면서 어디서나 나를 비웃고 있어요.

「(만화로 보는) 불사를 꿈꾼 영웅 길가메시」 p.178

 

내 갈 길을 도둑이 훔쳐가 버렸다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표현인가. 인생은 흔히 길에 비유된다. 그 길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도 없다. 그런데 마치 물리적인 것인 것 마냥 표현하고, 그게 없어진 것을 훔친 당함으로 표현하는 참신함이 있다.

 

※ 추상적인 것을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으로 구체화해보기, 반대로 물질적인 것을 추상적인 것으로 표현해보기. => 나이는 인간이 만든 개념이다. 추상적인 시간의 개념(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로 한다)을 나이(年歲, 연세)라는 언어로 명명함으로써 구체화된다. 어쩌면 생명에게는 태어남과 죽음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루살이와 90세에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과의 구분을 위해 이 단어가 생겨났다.

무지개도 흔히들 일곱색깔이라고 하지만 프리즘으로 비친 무지개의 색은 정확히 구분되는 색깔이 아니다. 같은 색깔의 범주가 층이라는 걸 이루며 모여있다. 어떤 사람은 다섯색깔로 또 다른 사람은 열두가지 색깔로 인지하는 게 무지개이다. 이것 역시 그 사회에서 어떤 색을 나타내는 단어를 무엇이라 명명함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다. 무지개는 한 가지 색깔일수도 백 가지 색깔일 수도 있다. (창의력, 표현력)

 

 

 

[생각해 볼거리: 토판11의 결론이 의미하는 바]

이야기의 결론부에 뱀이 불로초를 가져가며 비늘껍질을 남기게 되는데, 그 비닐을 손에 들고 길가메시가 하는 말이 있다.

 

 

우르샤나비, 어째서?

목숨을 건 대가가 이거란 말이오?

말해보시오. 내 심장이 부서지기 전에.

도대체 이 피는 누구를 위해 흐르는 것이오? 나는 빈손이오!

내 노력의 대가를 기어다니는 파충류에게 도난당했소. 내 모든 것을 기어다니는 뱀에게 다 내주었소.


「(만화로 보는) 불사를 꿈꾼 영웅 길가메시」 p.186

 

 

그리곤 불로장생하겠다는 그의 싸움에서 항복하겠다고 말하며 우르크로 우르샤나비와 함께 돌아온다.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한 성벽을 보며, 길가메시의 도시와 도심, 과수원, 채석장, 성전들의 크기와 모습이 나온다. 마지막에 이 부분은 사람은 죽게 되지만 그의 업적은 영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나는 어떤 업적을 남기고 싶은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 생각해 보자. 내 묘비명에 남기고 싶은 말 적어보기. (삶의 목적과 방향 설정하는 시간)

※ 묘비명에 그 말을 남기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적어보자. (추리력, 분석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