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BookReview

오롯한 나를 찾아서, 「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olivi 2021. 2. 22. 18:00
728x90

 

예전에 나는 혼자서는 잘 놀지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혼자있는 시간이 무료했고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나 자신을 한심스러워했으며 그 시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뒤돌아보면 무언가 해 봐야지 생각하는 건 많았는데, 일에 지친다 또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선뜻 무엇이든 시작하기 어려웠다. 무엇을 시작해도 욕심이 많고 성질이 급해 내가 정한 높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쉽게 낙담했고, 그 속에서 끈기라는 것을 가지기도 어려웠다.

 

 

 

홀로서기 저자엘레나 페란테출판지혜정원발매2011.07.20.

 

 

『홀로서기』.

서가를 둘러보다 이 소설 제목이 눈에 들어왔을 때,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잘 가꿔 홀로서기를 잘 해야할텐데.'

 

'실은 기회는 도처에 있었다.

단지 내가 그것을 향해 손을 뻗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있었을 뿐.

눈을 가리고 지나친 것은 언제나 나였다.'

 

- 올리비 -

 

 

이번에는 손을 뻗었다.

 

이 소설은 남편에게 버림을 받고 상실감, 무력감, 울분 등에 빠지게 되는 서른 여덟의 두 자녀를 둔 여성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 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목적적 글읽기였으니 당연히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그 고통 속에서 그녀가 홀로서기 위해 취한 방법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며 글을 읽어내려갔다. 두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는 스스로의 용기를 북돋기 위한 글을 적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용기를 북돋기 위해 종이에다가 긁적였다. 마리오는 세상을 가져가지 않았다. 단지 그 자신만을 가져갔다. 난 30년 전의 어린애가 아니다. 나는 오늘의 나다. 오늘을 살고 있다. 역행하지 말자. -(중략)- 방벽을 쌓고 나의 모든 것을 간직하자. 쓰고 버리는 장식품처럼 자신을 망가뜨리지 말자. -(중략)- 위기의 여자여! 내가 할 일은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그걸 보여주는 것이다. -(중략)- 내 앞을 내가 가로막고 있다면 나 자신과도 싸울 것이다.

『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77~78p.

 

 

말이라는 것은 바위에 부딛치면 포말이 되고마는 파도처럼, 내뱉고 나면 산산히 부서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글은 내가 꺼내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볼 수 있어 기억하기 쉽고, 그리하여 온전히 내 것이 된다.

 

 

먼저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감정을 뺀 사실들을 기록해 본다.

내 직장은 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직장도 직업도 평생 하나만 가질 필요가 없다. 난 12년 전의 나를 모랐던 어린애가 아니다. 나는 오늘의 나다. 오늘을 살고있다.

 

그 다음 앞으로의 다짐등을 적어본다.

역행하지말자. 내가 할 일은 얼마든지 잘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누구도 아닌 나에게 그걸 보여주는 것이다. 내 앞을 내가 가로막고 있다면 나 자신과도 싸울 것이다. 나는 시도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나와 두려워하고 게을러지는 나의 싸움에서 계속 투쟁할 것이다.

 

 

 

홀로서는 방법 두번째는 나만의 본성을 찾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주인공은 밤마다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며 소녀 시절의 이미지와 남편을 알고 난 후의 이미지들을 비교해 본다. 자기만의 본성을 사진 속의 육체에서 찾고자 한다.

 

추억을 담는 사진은 과거의 나를 기억해 보기에 좋은 방법이다. 엄마와 함께 사진을 보고 옛 이야기를 나눠보며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 하지만 나는 정체되어 있는 생물이 아니다. 작가도 그것을 알았다.

 

 

그의 방식, 세상에 대한 그의 정서에서 나를 건져내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가진 틀이 여전히 의미 있는 것이라면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오, 적어도 그를 제거하고 난 뒤에 내게 무엇이 남아 있는지 보고 싶었다.

『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268p.

 

 

과거의 나는 어떤 아이였는가. 어떠한 사고방식으로 성장해 왔는가. 현재의 나는 어떠한 삶을 추구하는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올리비스러움을 발견하고 내 자신을 끊임없이 만들어나가자.

 

 

 

우리는 위와같이 홀로서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한다. 요즘 듣고 있는 팟빵 <연남책빵>에서 『사회성이 고민입니다』의 저자 장대익 교수가 관계에서 오는 피로도와 디지털 다이어트를 말씀하신 게 기억이 난다. 디지털 시대에 진정한 내 삶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로그온/오프의 중요성과 디지털세상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타인에게 벗어나 혼자있는 시간에서 오는 행복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29/clips/231

 

혼밥·혼술이 편한 나, 사회성이 부족한 걸까요? (by 휴머니스트)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사회성'에 대한 고민들. 여기에 '과학'은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요?

audioclip.naver.com

 

 

홀로서기, 혼자만의 시간, 혼자에 대한 논의는 여러매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넷플릭스 미드 퀸즈 갬빗 시즌1의 5화는 주인공 베스 하먼의 죽은 엄마의 말로 시작된다.

 

 

"정말 강한 사람은 혼자인 걸 두려워 하지 않아. 다른 사람이 문제지. 다른 사람들이 내 할 일과 내 감정까지 지시해.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다른 사람들이 좇으라고 한 일에 내 인생을 바치고 있지. 언젠가 우린 다 혼자가 돼. 그러니 자신을 돌보는 법을 알아야 해."

- The Queen's Gambit s1 e5 -

 

 

 

언젠가 혼자가 될 나는 두려워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 즐겨야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잣대에 아랑곳 않고 나만의 잣대를 만들어 나 자신을 돌봐야 한다.

 

"나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고, 왜 가는지를 알고 있는 자의 침착한 발걸음을 다시 익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