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Rememberance

'여행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체코 프라하 블타바 강 선상호텔(Czech Praha Botel)

olivi 2021. 6. 7. 18:09
728x90

 

 

모든 문명은 강을 끼고 발전한다.

세계 4대 문명이 그러하듯 그보다 작은 문명 또한 강을 끼고 번성했다. 과거 물고기와 곡식을 제공하던 것에서부터 현재 오롯이 풍광만을 제공하기까지 오랜 세월을 거쳐 강은 그 도시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 되었다.

 

대한민국 서울에 한강이 있듯 체코 프라하에는 블타바 강이 있다. 강에는 구도심과 신도심을 잇는 카르교를 비롯하여 수많은 다리가 있고 알록달록 유럽특유의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아름다운 프라하성이 보인다. 중세유럽풍의 이국적인 밤야경과 아침을 즉각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블타바 강. 이 프라하 중심이자 물 위에서 잠자는 건 어떤 느낌일까?

 

체코여행에서 꿈에 그리던 '선상호텔에서의 숙박'을 하게 되었다.

 

프라하에서 우리가 묵은 선상호텔

 

 

 

선상호텔은 boat와 hotel의 합성어인 BOTEL로 불렸다. 블타바 강을 끼고 쭉 BOTEL이 줄지어 있다.

 

앞쪽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식사 공간이고 뒤쪽은 숙박을 위한 방의 공간이다.

 

 

여행의 단계

나는 개인적으로 모든 여행은 크게 세번의 여행을 거친다고 본다.

여행 시작전의 상상여행,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현실여행, 여행 끝난 뒤의 추억여행. 여행지를 정하고 여행일정을 짜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여행은 시작된다. 여기에서 잠을 자고, 첫날은 무엇을 하고, 그 레스토랑에서 그 음식을 먹고...

 

여행 전 다른사람들의 여행을 참고 삼아 나의 여행을 준비하는 첫번째 상상여행이 끝나면, 두번째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마인드리셋 과정이 필요하다. 여행 전의 준비과정은 가이드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하여 실망하지 말아야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게 여행이고 우리 인생이다.

 

새로운 변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상상여행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다른 즐거움을 현실의 여행에서 느낄 수 있다.

 

'지금 알았던 걸 그때도 알았었더라면...'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체코여행 당시 나는 여행을 참되게 즐기는 이 법을 몰랐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들을 대비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실망에 사로잡혀 내 소중한 휴가를 망치게 내버려두었다.

 

꿈에 그리던 선상호텔에서의 숙박은 썩은 물냄새로 기억된다.

체코 프라하에서의 첫날밤을 선상호텔에서 보내기로 되어있었다. 119번 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와 도심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프라하는 냄새와의 전쟁이었다. 아니 실은 공항을 나서자마자 우릴 반겼던 것이 냄새였다. 바로 담배냄새. 유럽 각지에서 모여드는 관광객 속에서 안개마냥 담배 속을 파헤치고 다닐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두고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유럽에서 흔히 볼수 있는 알록달록한 예쁜 집들이 강가에 줄지어 있었고 모두 저장할 마음으로 사진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어떤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얼굴로.

 

첫날 저녁 오페라가 예약되어있어 여행중인데 나름 격식을 갖춘 옷차림(12.4.2018)

 

 

 

찰리채플린이 말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인생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묵을 선상호텔이 있는 강가로 더 가까이 내려가니 블타바 강에서는 특유의 물냄새와 썩은 쓰레기 냄새가 났다.

 

우린 이 보트에서 가장 좋은 방을 예약했었다. 보트 후미의 방으로 문을 열면 테이블이 있어 작은 데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린 썩은 물냄새로 모든 문이란 문은 닫을 수밖에 없었다. 첫날의 프라하를 즐기고 들어온 그 방에는 어매니티(amenity) 상태가 불량이었다. 열린 다른 방 문 너머 슬리퍼가 놓여있는데 우리방에는 아무리 찾아도 슬리퍼가 없었고, 샴푸는 바닥이 나 있었다. 직원은 삼푸는 채워줄 수 있는 데 슬리퍼는 다 떨어졌고 밤이라 못 구해주겠다고 했다. 화가 났다. 낮에 짐을 맡겨두러 왔을 때 화장실이 청소 전 인 듯하여 청소를 부탁드리고 나왔는데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청소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화가 났다. 이 배에서 가장 좋은 방을 묵는 데 그런 대접을 받는다는 점에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낮에 와서 맞이했던 어매니티 상태와 지금의 상태를 말했더니 직원이 자기 임산부라는 말을 했다. 이 무슨 전개인가. 손님이 자기 권리 하나 말 못하나. 문을 활짝 열어둔 다른 방 문 앞에 슬리퍼가 있는 걸 봤고 손님도 없는데 그걸 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다른 방에 가볼 생각마저 못한 직원의 서비스에 실망했다.

 

 

 

 

그렇게 체코 프라하에서 선상호텔에 대한 나의 기억은 좋지 않게 끝이 났다. 핑큿빛 기대는 부응하지 못하면 본전은 커녕 터진 풍선마냥 샐룩해진다. 이렇게 되면 현실여행뿐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 하게되는 추억여행도 망치게 된다.

 

 

워워~

◆ 이럴 때 여행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Tip!

1. 여행 전 숙박사이트에 나와있는 정보(홈페이지 주소, 메일주소 및 전화번호 등)을 활용하여 어매니티 확인하기.

2. 호텔이 아닌 숙박에서는 밤에 상시직원이 없거나 부족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낮에 불만사항을 요청해 놓기.

3. 눈으로만 보는 여행과 오감으로 맞이하는 여행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기.

4. 돈과 여행의 만족도가 비례하리라는 편견 버리기.

5. 감정적이기보다 이성적으로 문제 해결하기.

 

그 직원에게 부족한 어매니티에 대해 말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말하지 않았다면 이불퀵만 몇번을 하다 그 다음날도 기분이 풀리지 않은 채 프라하 여행을 했을 것이다. 나는 결국 그날 저녁 직원으로부터 실래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말하기 보다 좀더 차분하게 공감하는 말과 함께 나의 의사를 표현해야겠다.

 

 

코로나시국 나는 지금 추억여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