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Rememberance

<노매드랜드를 걷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는 '세계여행'

olivi 2021. 6. 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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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 신시가지(2014.04.15.)

헝가리 부다페스트(2018.04.16.)


외국에서는 이국적인 건물 속 길거리, 평화롭게만 보이는 푸른 공원 그리고 강가 또는 바닷가 어디든 걷기만 해도 참 좋다. 바쁜 일상에서 오랜만에 맞이하는 휴가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족, 회사, 건축 등 수직적 구조로 가득찬 한국사회에서 언어, 인종, 사회 등 수평적 환경 속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어지러운 내 머릿속을 평화로움으로 환기시키기에 외국만큼 적당한 곳이 없다.

길가에 핀 잡초도 예뻐보인다/터키 아피온카라히사르 구시가지(2019.11.05.)

터키 이즈미르 코낙부둣가(2019.11.04.)



낯선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우리가 현실의 사회적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싶어했는지를 방증한다. 그 틀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나를 가두는 우리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 작가는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라는 책에서 서구식 정신분석학이라 말하는 오이디푸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과거에 아버지에게 받았던 학대였다거나 어머니를 학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였다거나 하는 식의 과거에 박혀 어른이 되어서도 그 트라우마에서 나오지 못한다면 그건 그사람에게 문제가 있는거라 말한다. 사람들은 안정을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안정보다 변화를 원한다(참고: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세상을 누비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저자 고미숙
출판 북드라망
발매 2012.08.22.

직업배우 두 명과 실제의 유목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를 보면 남편의 죽음과 경제적 붕괴로 인해 폐허가 된 정착지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주인공 펀이 나온다. 밴을 타고 이동생활을 하며 낯선 길위의 삶을 선택하게 된 펀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유목민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유목민의 삶을 느끼며 그 삶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집과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만든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대사는 어린 제자의 "엄마가 선생님 홈리스라고 하던데요?"라고 묻는 질문에 펀이 "나는 홈리스가 아니라 하우스리스란다."라고 답하는 부분이다. 하우스(house)는 살 곳, 물질적인 주택을 가리키고, 홈(home)은 주택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공동체의 의미를 포함한 가정을 가리킨다. 펀에게 주택은 없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유목민 공동체가 있고 그 속에서 그녀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영화가 끝나면 마음에 남는 것은 밴을 운전하며 나아가는 그녀 앞의 '길'이다. 그 길(road)이야말로 노매드랜드가 아닐까.

노매드랜드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프란시스 맥도맨드
개봉 2021. 04. 15.

발길이 닿는대로 이국땅 길거리를 걸으면 내 몸 속 유목민 선조들의 자유가 느껴진다. 여행 속 셀렘 가득 당찬 발걸음은 현실 속 마음뿐인 불안을 발걸음으로 내딛게 하는 동력이 된다.


한 발짝 한 발짝, 우리 모두는 노매드랜드를 걸어간다.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세비야 가는 길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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