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Rememberance

체코에서 마주친 『존 레넌 벽』: 레넌 벽의 "스토리"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레논 벽이 왜 여기에?)

olivi 2021. 6. 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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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중심에 흐르는 블타바 강을 까를교로 건너가면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말라스트라나 지구가 나온다. 그곳 광장에는 '레넌 벽'이라고 하는 낙서로 가득한 벽이 있다. (구글 지도에 레넌 벽이라고 나옵니다.)

 

Velkopřevorské náměstí, 100 00 Praha 1, 체코

 

 

영국 리버풀 출신의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체코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여기에 레넌 벽이 있는 걸까? 존 레논이 생전에 프라하에 머물러 곡 작업을 한 적 있을까? 체코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나? 좋아한다면 그 이유가 뭐지?하는 호기심에 존 레논과 레넌 벽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존 레논'과 '레넌 벽'의 역사 출처: 위키피디아)

 

체코 프라하 레넌 벽(2018.04.15.)

 

존 레넌은 손흥민 덕택에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 영국의 리버풀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상선 해병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자주 바다로 나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4살에 아버지가 실종되어 6개월 후 돌아오지만 그의 어머니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의 나이 5살에 이모에게 양육권이 넘어가고 이모와 이모부 밑에게 길러졌다. 어머니의 다섯 자매에 의해 영향을 받았던 그는 1980년 9월 한 인터뷰에서 레논은 "제 가족은 다섯 명의 여성이었습다. 다섯 분의 강인하고, 총명하며, 아름다운 여성들, 다섯 자매였다."며 그것이 자신의 첫 패미니즘 교육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신이 아니야, 나는 내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잖아. 그래서 아는 거야" 라며 이런 식으로 다른 애들을 물들이려 했다고 시인했다. 그의 이런 반항적 본능은 1967년 8월 마하리시 마헤쉬 요기(그의 정신적 지주)의 초월 명상 세미나를 통해 접한 동양 종교에 대한 흥미 그리고 그 시기에 만난 아내 오노 요코(일본 행위예술인, 그의 두번째 아내)에 의해 점차 그를 만들어 나갔다. 그는 반전(反戰)영화에 출연하고, 멀티미디어 기업(애플코어)을 세우고, 오노 요코와 결혼 후 그녀와 실험음악을 하고, 반전음악을 만들었다. 영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을 지원한 것과 그 시기 그의 노래 의 차트 순위가 내려간 것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레논은 여왕 서작식(1965년)에서 받은 대영제국 훈장(MBE)을 반납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생전에 체코에 방문했다는 흔적은 어디에 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체코 공화국 입장에서 그의 반전과 자유 정신을 기리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를 흠모한 개인의 입장에서 그린 그림일까?

 

 

레넌 벽은 주체코 몰타 기사단(성 요한의 예루살렘, 로도스 및 몰타의 주권 구호 기사수도회) 대사관의 일부로, 몰타 기사단은 벽에 시민들이 낙서(그래피티)를 그릴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레넌 벽 너머 주체코 몰타 기사단 대사관 모습(2018.04.15.)

 

이 벽은 원래 1960년대 이후 사랑에 관한 정권에 저항하는 짧은 메시지들이 적히는 장소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0년 존 레논이 피살되자 익명의 화가가 그를 기리며 이 벽에 레논의 초상화와 그의 노래가사 일부를 그렸고, 그 이후 존 레논, 평화, 서구 문화, 정치 투쟁 등과 관련된 주제의 그림들로 장식되기 시작했다.

 

이 벽은 체코슬로바키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에 의해 간섭받던 시기에 체코 청년들의 민주화 운동과 함께 한 불만을 표출시켜준 공간이 되었다. 당시 이 학생들이 추종한 자유화 운동은 '레넌주의'로 불렸으며 1980년대에 공산정권에 있어 이 벽은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정권 인사들이 벽을 도배해도 다음날이 되면 시구와 꽃들로 벽이 다시 가득 찼다고 한다. 혁명을 예술로부터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몇년 전 보여준 우리의 촛불 혁명을 떠오르게 해 가슴 뭉클해진다.

 

2014년 11월 벨벳 혁명 제25주년에 행위예술가 그룹의 리더 얀 도트레젤은 밤에 레논 벽을 하얗게 도배하고 '벽은 끝났고(WALL IS OVER!)라는 문구를 적어 몰타 기사단 측이 처음에 고소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고, 그 이후 누군가가 '전쟁은 끝났다(WAR IS OVER!)로 고쳐놓기도 했다.

 

2019년에 기후 변화에 대해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로 '기후위기(KLIMATICKÁ NOUZE)'라는 말을 써 놓기도 하고 홍콩 범죄인 인도 조례안 반대 운동 중 사망한 민주화 운동가 마르코 륭을 기리기 위해 노란 우의와 '홍콩이여 힘내라(Add oil, 加油)'라는 문구을 적기도 했다고 한다.

 

레논 벽은 불법 낙서와 몰려드는 관광객과 벽 주변 시설물의 훼손을 막기위해 2019년 10~11월에 정비작업을 했다. 벽은 갤러리 형식으로 개조하여 체코 및 국외 예술인 30명 이상이 벽에 그림을 그렸고, 방문객은 연필, 마커, 분필 지정된 영역에 '사랑과 평화'에 관한 메시지만 쓸 수 있도록 규칙도 제정되었다. 그리고 예술 작품은 훼손되지 않도록 경찰과 카메라가 감시하게 되었다.

 

2019년 10월 이전 레넌 벽에 예술 작품을 그렸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예술작이 다른 작품이나 낙서에 의해 지워지는 게 화가나는 슬픈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일부 개념없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관리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레넌 벽이 간직한 존 레논의 자유의 정신은 훼손되었다고 생각한다. 정형적으로 관리되는 레넌 벽에선 기존의 레넌 벽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레넌 벽의 스토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어떤가요? 당신의 소회도 궁금합니다. 2019년 11월 이후 레넌 벽을 방문하신 분들의 소감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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