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BookReview

조지오웰 <1984>: "보고있나? 빅 브라더! 나를 존재케하는 건 너가 아닌 글이다"

olivi 2021. 7. 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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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의 『1984』는 러시아 작가 예브게니 자먀틴의 『우리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불리고 있다.

 

유토피아는 선과 행복이 충만한 최고의 이상향을,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의어로 부정적 측면이 극단화된 최악의 미래상을 뜻한다. 원래 유토피아는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 'U'와 '장소'라는 뜻의 '토포스Topos'의 복합어로 '어디에도 없는 땅'이란 뜻이다. 즉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역사란 과연 진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역이상향'을 담고 있는 '디스토피아'라는 독자 개념이 발생하게 되었다.(1984 작품해설, 박경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과 함께 『1984』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얼씨구야'하고 구입하게 됐다. 밑줄긋고 종이 귀퉁이 접어 둔 곳이 너무 많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역시 글로 정리하다 보면 생각들은 각각 자기가 속해야 하는 범주를 아는 양, 무리를 짓는다.

동물농장+1984 초판본 리커버 고급 벨벳 양장본 2권 세트

저자 조지 오웰

출판 코너스톤

발매 2020.07.15.

 

 

먼저, 작가 조지오웰을 이해하기 위한 그의 생은 『동물농장』을 읽고 쓴 지난 번 포스팅을 참조바란다.

 

https://olivirainbow.tistory.com/81

 

혁명은 항상 비관적 결론만 낳는다?!(feat.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었다. 어렸을 때는 공부하기 바쁘다는 이유로, 성인이 되어서는 일하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나중에, 나중에'라고 되뇌며 수많은 세계명작을 뒤로 했다. 더는 미룰 수

olivirainbow.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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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에 출간된 『1984』 에는 조지오웰에 의해 처음 창조된 다양한 개념들이 나온다. 조지오웰이 자신의 문학 속에서 사용한 이 단어들 중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용하게 된 것이 있다.

 

바로 '빅 브라더'가 그것이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브라더가 세상을 감시한다는 그의 개념은 오늘날, '트루먼쇼' 영화, '빅 브라더'라는 미국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스스로가 감시 당하기를 원하는 SNS 열풍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책에서 오세아니아의 공식 언어이며, 영국사회주의 이념적 필요에 의해 창안되었다는 '신어'라는 것도 그 표면적인 어휘 구조를 살펴보면 오늘 날 보이는 단어의 축약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한다. (예: 영사: 영국 사회주의) 그러나 신어를 만듦과 동시에 구어는 사라지고 비정통적 의미와 모든 이차적 의미를 없애버린다는 점이 단어의 축약과 완전히 같지 않다. 신어를 창조하는 이유는 언어를 줄이고자 함이고 그 신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 영역 또한 줄이기 위함이다.

 

또한 책 전반에서 중요한 사상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이중사고'는 이해될 듯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개념으로 독특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두 가지 모순되는 믿음을 동시에 가지면서 둘 다 받아들이는 힘을 뜻한다. '이중사고'를 가장 잘 설명한 부분은 279페이지이다.

 

'진실로 믿으면서 의도적으로 거짓을 말하고, ~ 이중사고라는 말을 사용할 때조차 이중사고를 발휘해야 한다. 그 단어를 사용한다는 건 자신이 현실을 변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이중사고를 발휘하면 인정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이 과정을 무기한 반복하면 언제나 거짓이 진실을 앞선다.'
조지오웰 『1984』 p.279

 

이 이중사고는 영사의 핵심으로 영사의 3대 슬로건(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에도 잘 나타나있다.

 

이 이중사고는 진리부에서 과거의 기록을 날조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 윈스턴에게 이해하기 힘든 문제이다. 그는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일기쓰기'와 '줄리아와의 만남'을 통해 반역을 꾀하지만 결국 사상경찰 오브리언에게 체포되어 고문과 세뇌를 당한다. 이 때 이중사고의 문제가 두드러진다. 작가 조지오웰은 소설에서 전체주의 사상이 가져올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리고 있다. 빅 브라더 포스터와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글귀가 대변해 주는 오세아니아를 바로 신어, 이중사고를 통해 인간의 감정, 사고, 본성까지도 지배하는 사회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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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의 이중사고는 전체주의 국가 뿐 아니라 모순으로 가득찬 현 시대에도 가히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윈스턴의 끊임없는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의문과 그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 속을 맴돈다.

 

'과거는 단순히 바뀐 것이 아니라 사실상 파괴된 것이다,
거짓이 진실이 된다,
어제부터 시작되는 과거가 사실상 없어지고 있다,
과거가 위조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
영영 불가능할 거다, 심지어 그 위조를 한 사람이
나였는데도 한 치의 증거도 남지 않고,
유일한 증거는 마음 속에만 존재하게된다.' 
조지오웰 『1984』

 

그는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또 다시 생긴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가지고 있겠다고 '저항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나, 줄리아는 '우리'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한다. 줄리아는 당을 증오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그치는 적극적 실천의지가 결여된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빅 브라더에 저항하는 소수의 무리가 단결해서 기록을 남기게 되고 다음 세대에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형제단'으로 위장한 오브리언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데 하지만 그의 행동의 결과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는 말로 끝나는 비관적 결말을 가져오게 된다. 작가와 주인공은 '빅 브라더'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전체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프롤에게 희망을 걸기도 하지만 『동물농장』에서와 같이 과거를 잊어버리고, 왜곡해서 기억하는 프롤을 통해서는 그 소망은 이루어 질 수 없다고 말한다.

 

반제국주의자이자 반전체주의자인 조지오웰이 생각한 이상향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런 걸 가지고 있긴 했을려나? '이상향은 이상향 일 뿐 현실에서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아서 였을까? 그가 디스토피아 문학을 썼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거 겠지 . 책을 다시 보니 명확히 그의 의견이 보인다. '지상낙원은 실현할 수 있게 된 바로 그 시점에 부정당했다.'(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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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후반부, 사상경찰에 붙잡혀 애정부에서 가혹한 고문을 받으며 죽음에 직면한 주인공 윈스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는 '왜 모든 유명한 소설에서는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을 참조바란다.

 

https://olivirainbow.tistory.com/87?category=952446 

 

<인간은 왜 '죽음'의 문제에 천착하는가>

소설을 읽다가 유명한 소설은 꼭 '죽음'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을 발견한다. 작가는 왜 '죽음'의 키워드를 선택했고, 나는 왜 '죽음'의 키워드를 절실히 받아들이는가..하는 생각을 하다가... <인간

olivirainbow.tistory.com

 

조지오웰의 『1984』가 걸작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단순히 전체주의 국가의 종말을 예측해서가 아니라 그가 창조한 개념이 현 시대에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볼만한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멋있다. 나는 나의 철학을 새로운 개념은 커녕 글로 풀어 설명할 수는 있을까.

 


/내가 꼽은 좋은 글귀/

 

그 외 책 속에서 생각해 볼만한 문구들은 이중언어와 관련되거나 관련되지 않아도 겉으로는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는 역설적 글귀들이었다.

 

분명한 쓸모가 없어 보이는 점이 한결 매력적이었다. p.127 (산호가 든 작은 유리 골동품을 보고 윈스턴이 하는 말)

줄리아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정통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정통성 있는 모습을 꾸며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깨달았다. p.208

행동이 헛될지라도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p.218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뜻 모를 표정을 짓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p.367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p.390

 

내가 이런 문구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고마는 사실(?)에 대한 역설의 묘미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코기토 아르고 숨(Cogito, a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오늘도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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