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부르는 소리
올해 이른 봄, 나는 시도를 넘어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집이 도심의 변두리에 있어서 집주변은 아파트와 주택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베란다 뒤쪽에는 시골 밭과 화훼단지가 펼쳐지고, 옆으로는 기찻길이, 위로는 비행기길이 나 있었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아파트 가격을 붙잡고자 정부가 내 놓은 부동산 정책으로 전월세가 많아진 판국에 all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부랴부랴 도망치듯 떠나온 나에게 선택 권한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나는 이사 온 날 줄줄이 이은 탱크기차, 다양한 음속을 달리는 비행기들의 환대를 받았다. 그 중 나를 환영해주지 않은 것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투기였다. 몸 속 깊은 단전에서 울려나오는 전투기의 목소리는 오롯이 본인 혼자만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듯 콧대 높아 외롭..